Cute Purple Flying Butterfly 설화(雪華)가 만개하여 설화(說話)가 개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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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L 설화(雪華)가 만개하여 설화(說話)가 개화하랴 2024. 2. 29. 08:37

23.12.23 계연 100일. 유일 로그 (12/25 전달)

 

 

 인간과 인간이 만나 합을 이룸은 예부터 내려오는 일일 지어나 외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일랑 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로서니. 오로지 꽃길만이 펼쳐져 있다 장담하지는 못할 지언데, 소망으로서 그 안에 여물텐가. 늦겨울 피어난 매화일랑 이듬해에도 몽우리를 터트리는 것이 자명하거늘, 피고 지는 것이 수순인 계절 속에 타들어 묻히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주 오래되고 끊어지지 않은 축복과 약속이 끝내 구름 속에 머무노니 무엇이 하늘의 뜻이옵고 무엇이 인간의 길일지언가.
 
하늘에서 눈이 나려 지상으로 낙하하야 빛 어린 꽃을 틔워 어린 나무에 나려앉았다. 이 날이 열 두달의 막달이며 동짓날을 넘어선 날이었으니 동장군이 기침하며 기세를 떨치는 때였다. 강줄기가 얼어 빙판길이 되었어도, 발 아래 바삭이며 무너지기 일쑤였으니. 무르익지 않았으나 겨울이 깊어가는 날의 하루였다. 저자에는 웃음꽃이 피고 달음박질 소리가 끊임이 없어, 이는 곧 물 만난 고기마냥 펄떡이는 어린 것들임이 분명하였고. 궐 한 쪽에 신수의 아량을 양껏 누리는 무단 침입의 괭이도 언 밭을 긁어대며 발톱을 갈아대기 일쑤였다. 마을의 아낙이며 궐 내 세탁나인들은 얼붙지 않은 물을 길고 솥에 끓이며 바삐 돌아가는 생활을 맞추느라 노고가 많았다.

밤은 깊었고, 새벽은 오지 않았다. 밤과 같이 물든 이와 함께 한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즉위와 함께 하였은즉, 왕으로 지낸 기간이 곧 그가 곁에 있던 기간이었다.


"서역에서는 오늘이 그들의 성인이 난 날이라 하더군요."
"하지만 이곳에선 그게 누구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눈이 나린다. 검은 밤, 흰 빛이 나부낀다. 밤하늘 아래 주홍빛의 호롱이 밤을 밝히며 석양과도 같더라. 왕이 그 풍경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린다. 바라보는 시선에 그것은 마주하고는 양 손을 올려보인다. "제가 아닙니다만" 태연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와 낯빛에 왕이 웃음을 흘린다. "왜 지레 추측하시는거죠" "일전의 일이 있었잖습니까" 일전이라 함은, 천둥번개가 치던 날의 일을 이야기함이었다. 선례라 이야기하는 것에 그것은 이번에도 태연자약하게 어깨만 으쓱해보일 뿐이었다. 그 모습에 헛기침 소리가 두어 번 났다.

"그것이 아닙니다. ..그저, 올 해의 첫눈이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감상이라도 드셨나봅니다. 아니면, 눈이 좋으셔 그러하십니까."

왕이 대화를 돌리면 아무렇지 않게 그에 응했다. 왕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검은 빛에 흰 점이 알알이 박혀 점차 가까워진다. 내민 손에 닿으면 흔적없이 녹아내리고 마는 덧없음을 손 안에 쥐어낸다. 잠시간의 침묵은 고요했으나 죽어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예. 예전에는 싫어했지만요. 지금은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흐음. 그러하셨습니까. 어찌해 싫어하셨는지요."

"그야ㅡ... 눈이 크게 오면 민생이  어려워지잖습니까. 그리고.. ... 춥습니다."

그것은 소리 내 웃고만다. 그렇습니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 주작님은 춥지 않으십니까, 물어오면 그가 답하길. "저야 제 스스로가 불꽃이지 않습니까." 하더라. 그제야 깨닫은 것도 아니면서 마치 새로이 알기라도 했다는 듯한 표정은 머쓱하면서도 그런 물음을 한 자신이 부끄럽다는 듯 보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그런 일의 손을 제 손에 쥐었다.

"이리 하면"

닿은 손끝을 통해 온기가 나누어진다.

"추위가 가실런지요."

언제건 그의 온기가 당신에게, 이 눈꽃 아래 닿기를.

 

@SuuuuDal_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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