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모 아스트로 벨로나 양에게,


  안-녕, 벨로나! 편지를 쓰게 되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야. 네게 어떤 이유로 편지를 보내려고 했더라?... 사실 그건 기억이 안 나. 하지만 아무렴 어떠니? 일단 내가 펜을 들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칭찬을 해줘도 좋아! 안 해줘도 좋고. 그렇지만 무시하지는 마! 그랬다간 내가 엉엉 울면서 두 번째 편지를 쓸지 모르는 일이잖니?

  호그와트에서의 재회 이후로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 2년 정도인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내 생각은 안 났니? 아, 이건 농담! 하지만 네 근황이나 안부가 궁금한 건 사실이야. 작별인사 이후에 헤어져서는 소식 하나 알지 못했는걸. 잘 지내니? 평온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을까, 아니면 피곤하고 바쁜 일상이 너를 반기고 있을까. 후자라면 조금 안타까울지도 모르겠는걸. 위로라도 해줘야할까~... 싶기도 하고. 뭐, 너는 위로라면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딱히 궁금해하진 않겠지만,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 최근에 좀 악질인 소송을 맡게 돼서 피곤하긴 하지만... 이런 것도 다 내 능력이 너무 좋아서 그런 거겠지! 아이 참. 이래서 실력이 너무 뛰어나도 곤란한 법이라니까. 벨로나도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되면 이혼을 생각할 날이 오려나? 그 때가 되면 나한테 맡겨줘! 내가 최선을 다해볼게.

  흐음, 편지지를 너무 짧은 걸 샀나. 이 정도 내용밖에 안 썼는데도 벌써 칸이 꽉 찼잖아!
  그런 의미에서 편지는 이쯤 적어야겠어. 그럼 잘 지내, 안녕! 


  ─ 미뉴에타 힐

·
·
·

 

부엉이가 편지를 가지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미뉴에타는 서류가 쌓인 제 책상 위로 시선을 돌린다. 눈 한 번 돌리고 나면 서류 양이 묘하게 늘어있는 것 같단 말이야... 작은 중얼임 뒤로 느른한 숨을 뱉는다. 언제쯤 답신이 오려나. 그리고 또 혼잣말과 같은 중얼거림이 이어진다.

편지에 답신이 꼭 와야한다고 생각하는 편도 아니고, 원래 그런 것을 기대하는 성정도 아니다. 오히려 안 오면 그 쪽이 더 땡큐일지도-서류에 섞여서 확인이 늦어지고 귀찮단 말이지! 조금은 불만 섞인 투다-. 그럼에도 미뉴에타는 이번 편지에는 꼭 답신이 왔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을 한다. 꼭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양말을 걸어두고 잠드는 어린 애가 되기라도 한 것 마냥. 어째서일까? 만일 답신이 온다해도 재미없는 벨로나라면 시시한 답변 밖엔 주지 않을텐데.


이어진 생각의 결론은, 99퍼센트의 확신을 깨고 1퍼센트의 기적이 희박한 확률로 제게 재미를 안겨주길 바란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래, 아무리 재미없는 사람이더라도 어떻게 한결같이 재미없을 수 있겠어? 이번 답신은 조금 특별할지도 모르지. 그리하여 정말로, 제 기대에 부응하는 답이 온다면-


그리한다면, 
그래도 이 지루한 삶을 조금은 더 연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

이건 어쩌면 벨로나를 이용하게 되는 셈이려나. 하지만 뭐, 당사자가 그 사실을 모른다면야 그야말로 완벽 범죄! 게다가 벨로나가 99퍼센트의 확률을 두고 1퍼센트의 기적을 택할 리는 만무하니, 그렇게 되면 이용하려던 제 계획도 무산되는 셈이다. 그럼 어쨌건 괜찮은 거 아닌가. 어차피 저만 알고있는 진실이건만 꼭 무언가 핑계라도 대는 양이다.

몇 마디 핑계를 더하고 나면 완전히 모습을 감춘 부엉이에 미뉴에타는 창문을 닫는다. 런던의 일상은 오늘도 지루하리만치 평화롭게 유지된다.

미뉴에타가 머글 세계에 있는 낯선 집주소로부터 온 답신을 받고 그곳에 찾아가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조금은 후의 이야기.